2016년 6월 30일 목요일

[영화 리뷰] 빅쇼트 (2015)


빅쇼트(Big Short)는 할리우드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획력과 스토리텔링을 갖춘 영화다.

빅쇼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예측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가 월스트리트 은행을 상대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빅쇼트에 나오는 용어와 개념은 관객들에겐 생소하다. 영화는 그런 관객들을 위하여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안소니 브루댕 등 카메오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개념을 알려준다. 



특히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가수 셀레나 고메즈가 나와 블랙잭 게임을 하면서 합성CDO를 설명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마이클 버리, 마크 바움, 벤 리커트의 예상대로 서브프라임의 부실 정황이 드러나고 서브프라임 스와프 옵션의 가치가 급상승해서 리먼 브라더스, 컨츄리와이드, 베어스턴스 등 월스트리트 은행들을 물먹였을 때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반응했다. 그들은 우울해했고, 이 승부가 미국 경제가 붕괴되고 수백만명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에 내쫓기면서 만들어진 승리라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꼈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영화 주인공을 통해서 느끼게 됐다.




실화는 어떤 픽션보다 극적이다. '빅쇼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후 이야기를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냈기에 긴장감이 넘쳤다. 이 기획력이 영화 스토리를 전개하는 힘이 되었고 관객들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빅쇼트는 경알못(경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빅쇼트를 두고 왓챠에 한줄 평을 남겼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찾기 힘든 종류의 재능'



나도 이 평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가슴 뛰는 청춘들의 이야기, 싱 스트리트(2016)


엉성하고 개연성 없는 스토리, 클리셰 범벅, 현실적이지 못한 등장인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 스트리트'는 사랑스럽고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음악은 미인을 유혹하는 무기일까? 락밴드 리더 주위엔 매력적인 미인들로 넘쳐나는 걸 보면 사실인 것 같다. 싱 스트리트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코너(페리다 월시-필로)가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한다. 락 밴드를 한다고... 그리고 용기를 내 뮤직비디오에 출연을 제안하고 승낙까지 받는다.


엉성한 첫 출발이었지만 듀란듀란, 아~하 등의 밴드를 카피하며 작사, 작곡을 시작했고, 결국은 라피나를 위한 곡을 만들어 그녀를 울리기까지 한다. 이런 요물!!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코너가 부럽고 멋져보였다. 10대때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이뤄내는 코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코너'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젊음이 그립다면, 혹시 새로운 도전을 머뭇거리고 있다면 '싱 스트리트'를 보자. 젊음을 향한 열망이,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샘솟을지도 모른다. 


코너와 라피나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자구요!!


ps. 루시 보인턴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럽다!!



로맨틱한 여행의 기억, 비포 선라이즈 (1995)


나에겐 홀로 낯선 여행지를 다니며 우연히 멋진 여성을 만나는 판타지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나는 유럽으로 훌쩍 떠났다.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매력적이고 멋진 여자들을 여럿 만났었고 가슴 설레는 순간들도 많았다. 내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말했다.

"이거 '비포 선라이즈'잖아."

사실 '비포 선라이즈'가 유명한 영화라는 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에 도대체 비포 선라이즈가 뭐길래 이렇게 얘기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다운받기 시작했다.


'이거 내 얘기잖아!!'

'비포 선라이즈'를 보자마자 바로 이 생각이 들었다. 제시(에단 호크)가 비엔나로 가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 셀린(줄리 델피)과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모습에서 몬세라트 가는 기차 안에서 내 모습이 보였다.

제시와 셀린의 시시콜콜한 대화는 '비포 선라이즈'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만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왜 저렇게 시덥지도 않은 얘기로 시간을 보낼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파리에서, 런던에서, 바르셀로나에서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돌아다녔던 것이 기억났고, 이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업로드 되지 않은 여행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지에서 종종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세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럴 때면 난 "한국에선 이러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주변 사람들과 얘기할 땐 내 체면을 생각하고 내 말에 대한 뒷감당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겐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있지도 않았고, 언제 헤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친해져서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가식없는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레코드 방에서 서로를 몰래 바라보며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전화 상황극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토록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영화가 또 있을까? 이토록 로맨틱한 영화가 또 있을까?




이 영화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줄리 델피에 있다. 에단 호크와 눈을 마주치며 머리를 넘기는 그 모습이 청순하면서도 굉장히 섹시하게 느껴졌다.  에단 호크를 바라보는 눈빛, 표정도 너무나 달콤했다. 

6개월 뒤에 제시와 셀린은 다시 만났을까?



(라고 생각할 때 후속작 '비포 선셋'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여운은 사라졌고, 그들의 재회가 기대됐다.)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여행 중에 저지른 멍청한 실수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담 보다는 실수한 이야기를 더 즐거워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여행 중 저지른 멍청한 실수들...



공항에서 환전하기

공항에서 환전한 것은 이번 여행에서 저지른 가장 멍청한 실수였다.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거치면서 내가 가진 유로화 현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는 수중에 유로화가 한 푼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여러 환전소를 비교하지도 않고 공항 환전소에서 100달러를 유로화로 환전했다. 그리고 유로화와 환전 영수증을 바라보며 비로소 내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commision으로 8유로가 사라진 것이었다. 돈을 날리고 그제야 공항 환전소에서는 절대 환전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럽에선 8유로로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유럽 어디서든 점심 한 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바르셀로나에서 타파스와 함께 달콤한 까바(스파클링 와인의 한 종류)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 그리고 리스본에 있는 페이스트리 데 벨렘에서 에그타르트를 무려 8개 살 수 있다. 뮌헨에선 소시지 한 접시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환전을 할 땐 공항 밖을 나가서 해야된다. 무조건!!
시내엔 여러 환전소가 있으니 환전소의 환율을 비교해가면서 환전을 하도록 하자.

참고로 런던에서 가장 환율이 좋은 환전소는 Thomas Exchange Global이다. Thomas Exchange Global은 빅토리아 지역과 코벤트 가든 2곳에 있다.




현금을 넉넉히 챙기지 않은 것

내가 저지른 실수 중 치명적인 실수는 현금을 넉넉히 챙겨오지 않은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우리나라처럼 소액 카드 결제가 가능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나라만 정말 살기 편한 나라였다.

유럽엔 10유로 이상부터 카드 결제 가능한 곳이 많았다. 뮌헨의 어떤 초콜릿 가게는 20유로 이상부터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내 카드를 거부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고마운 편에 속한다.

포르투갈에 있을 땐 당황스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 녀석들 현금만 좋아한다. 카드 안 받는 곳이 너무 많았다. 리스본 시내에 있는 케밥집도 only cash였고 심지어 유적지 중에 현금만 받는 곳도 있었다. 좀 고급져보이는 식당 혹은 카페 정도만 신용카드를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리스본 일정 마지막 날에 벌어졌다. 리스본 일정을 마치고 포르투로 가기 위해 rede expresso(포르투갈 고속버스 회사) 정류장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는데 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로지 포르투갈 로컬 신용카드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단돈 20유로가 없어서 포르투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 여행객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분들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계좌이체로 28000원을 보내고 20유로를 받았다. 항상 이런 요행을 바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현금 부족은 여행 내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유럽 여행 마지막 날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가기 위해 르와시 버스(공항 직행 버스) 정류장이 있는 오페라역으로 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티켓 자동 판매기가 고장나서 버스 기사에게 현금으로 버스 티켓을 사야만 했다. 하필이면 수중엔 현금 6유로 밖에 없었다.(르와시 버스 티켓은 11유로) 체크카드 핀번호 6자리를 까먹어서 현금 인출기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서 헤매고 있을 때 기적처럼 한국인 여행객이 버스 정류장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분에게 5유로를 빌려서 공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여행 중에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은 임기응변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행 준비를 할 때 필요한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전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모가 주신 유로화랑 엄마가 준 달러를 갖고 여행을 떠났다. 중간중간 환전을 하며 다니긴 했지만 현금이 부족해서 불편한 적이 많았다. 특히 여행지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다닐 때 난감한 상황이 많았다. 

다음에 여행을 떠난다면 현금을 충분히 챙겨갈거야!!



체크카드 핀 번호 메모 안한 것

왜 체크카드 핀번호를 메모하지 않았을까??
포르투갈에서 ATM에 갈 때마다 메시지창에 핀 번호 입력이 잘못 되었다고 나왔다. 그래서 결국 현금을 뽑을 수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스마트폰에 체크카드 비밀번호 정도는 메모하고 여행을 떠나도록 하자.

여담이지만 모바일뱅킹용 보안카드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여행을 다니면서 은근히 계좌이체를 많이 하게 된다. 심지어 길가나 카페에서 계좌이체를 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보안카드를 분실하면 정말 답이 없다. 그래서 보안카드를 스캔해서 휴대폰에 저장하면 좋다.

체크카드 핀번호, 보안카드 뿐만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웹사이트 비밀번호 정도는 각자의 비밀스런 공간에 메모하도록 하자!! 




유심을 비싸게 산 것

여행을 다니면서 유심 구매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 계산해보니 거의 10만원을 썼다.

나의 첫 여행지는 파리였다. 파리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Orange(SKT, KT 같은 통신사)에 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단 한 가지, 1GB에 40유로인 유심 뿐이었다.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었다. 파리에 오자마자 눈탱이를 맞고 말았다. 그리고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 1주일 만에 1GB를 다 쓰고 말았다. 결국 바르셀로나에서 삼일 정도는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카톡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에서는 MEO 유심을 샀다. 가격은 Orange보단 훨씬 저렴한 1GB에 10유로. 하지만 MEO의 단점은 포르투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 1GB를 다 써버린 경험 때문에 포르투갈에선 데이터를 굉장히 아껴썼다. 그래서 포르투갈을 떠날 때 데이터가 500MB나 남았다. 

결국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무선 데이터를 쓸 수 없어서 불편을 겪었다. 그러다 도착한지 이틀만에 쓰리심 매장에 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 1GB에 10파운드와 12GB에 20파운드였다. 다음 코스인 프라하와 뮌헨에선 쓰리심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1GB를 선택했다. 애초에 한국에서 쓰리심을 샀더라면 프랑스에서 유심을 40유로에 사는 바보같은 짓은 안 했을텐데 하는 후회를 했다.

뮌헨에선 어쩔 수 없이 유심을 또 샀다. 우리나라의 전자랜드와 비슷한 Saturn에서 O2 유심을 샀다. 참고로 독일에서 유심을 가장 싸게 사려면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Saturn으로 가야 한다. 베를린도 마찬가지다. 베를린은 500MB만 살 수도 있는데 뮌헨에선 무조건 1GB 이상 사야한다. (Saturn 직원 굉장히 불친절하다) 뮌헨 일정이 3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다 쓰지도 못하고 독일을 떠나게 됐다.

혹시 런던에서 유럽 여행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런던에서 쓰리심 사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쓰리심을 살 수 있다.



슬리퍼 안 챙겨간 것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호스텔 샤워실엔 당연히 욕실 슬리퍼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인 민박만 욕실 슬리퍼가 있었다. 

호스텔에 있을 땐 샤워를 끝내고 맨발로 복도를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샤워를 한게 말짱 도루묵이 됐다.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 싫어서 욕실 슬리퍼를 샀다.

기왕이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삼선 슬리퍼 정도 챙기는게 좋다. 여행지에서 욕실용 슬리퍼 파는 매장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증을 숙소에 두고 나온 것

유럽의 많은 미술관, 박물관, 유적지에선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굳이 국제 학생증이 아니어도, 졸업한지 오래되어도 상관 없다. 유럽 사람들은 동양인을 굉장히 어리게 본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가우디 건축물과 그 밖에 미술관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3유로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겨우 3유로 할인 받을거 뭐하러 학생증 챙기냐고? 바르셀로나에서 3유로로 할 수 있는게 정말 많다. 바르셀로나에서 3유로로 맥주 2잔 마실 수 있다. 타파스 1개 먹을 수 있고, 하몽이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대략 3유로 정도 한다.

그리고 가우디 건축물 네 곳에서 모두 학생 할인을 받을 경우 대략 12~15유로 정도 아낄 수 있다. 15유로면 레스토랑에서 샹그리아 혹은 까바와 함께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때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를 하루에 갔다왔었다. 그런데 깜빡하고 학생증을 숙소(떼아모 하우스)에 놓고 와버렸다. 카사 바트요에선 티켓 오피스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니까 학생 할인을 적용해줬다. 하지만 카사 밀라는 달랐다. 철벽이었다. 할 수 없이 성인 요금을 내고 카사 밀라에 들어갔다.

리스본의 상 조르제 성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3유로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런던의 코톨드 갤러리에서 학생증을 제시하면 50% 할인된 5파운드에 입장료를 구매할 수 있다.

파리는 한국 학생증이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유럽에서 발급받은 학생증만 할인 받을 수 있다.
파리에서 5일 이상 머무를 경우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뮤지엄 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보안 검색 때문에 30분 정도 줄 서야 한다. 뮤지엄 패스가 있다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보안 검색대로 향할 수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셰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바토 무슈 티켓 같이 한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티켓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가자!



책을 들고 온 것

여행 다니면서 틈틈히 읽으려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손미나씨가 쓴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들고 유럽으로 떠났다.

그래서 책은 읽었냐고? 아니... 한 장도 못 읽고 돌아왔다.
매일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숙소에 도착하면 골아 떨어지기 일쑤였다. 결국 책은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책이 불필요한 준비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가보니 곰브리치 미술사 같은 참고 서적을 들고 작품 감상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한적한 곳에서 에세이를 읽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혹시 노트북을 챙겨간다면 영화 몇 편 정도는 다운받아 가는 것도 좋다. 나는 카타르 하마드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라운지에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는데 파리를 갔다온 직후에 본거라 느낌이 남달랐다.




멍청한 실수는 아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아쉬움을 느낀 부분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좀 더 어릴 때 유럽에 다녀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이렇게 좋은데 왜 그동안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가항공을 미리 티켓팅 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1달 간의 여행 기간 중 한국에서 미리 일정을 확정지은 기간은 1주일 정도 였다. 여행지가 마음에 들면 하루 더 머물다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계획을 느슨하게 잡은 것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팅을 출발 이틀 전에 한 적도 있어서 돈을 많이 쓰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저지른 실수들은 다음 여행의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6년 5월 10일 화요일

여행 중 소매치기 예방하는 방법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소매치기다.
소매치기가 많기로 유명한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이번 여행지에 넣었기 때문에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갔다온 사람에게 가장 먼저하는 질문은 항상 "소매치기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였다.

특히 여행을 떠나기 전 지인들로부터 공항에서 캐리어를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얘기, 지하철에서 집시 떼들에게 옷까지 빼앗긴 얘기들을 들을 때면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흑형들은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에 파리에 갔을 때 몽마르뜨를 가야할지 말지 고민하기도 했다.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한 만큼 긴장도 많이 했다. 그리고 긴장한 덕분에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물건과 덜 중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우선 여행 중에 정말 중요한 물건. 다시 말하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들이 있다. 
그건 스마트폰, 신용카드, 여권이다.


우선 스마트폰. 나는 이번 여행에서 스마트폰으로 여러가지 일들을 해결했다.

호스텔 예약, 항공권 부킹과 체크인, 보딩 패스 저장, 지도 검색, GPS,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송금,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 연락처 저장, 메신저 채팅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했다. 심지어 알람도 스마트폰으로 설정한다. 

스마트폰에는 여권 사본, 은행 보안카드 등 중요 문서와 여행지에서 찍은 수천장의 사진이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하면 여행의 추억은 모두 사라지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행을 다녀야만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탈부착식 고리를 달고 늘 손에 쥐면서 다녔다.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한다지만 소매치기의 위험은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혹시 소매치기 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플랜B를 설정했다. 바로 구글 포토(Google Photo)와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다.

구글 드라이브엔 중요한 문서, 예를 들면 여권 사본, 보딩 패스, 보안 카드 등을 저장했다. G메일에도 같은 문서를 저장했다. 그리고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은 모두 구글 포토에 백업했다. 

호스텔에서 만난 멕시코 친구가 하루는 나에게 애절한 눈빛으로 새벽 5시 30분에 깨워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떠나는데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해 알람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친구는 마드리드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다가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했다.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공항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대폰을 잃어버려 알람을 맞출 수가 없다고 했다. 



신용카드도 스마트폰 못지 않게 중요한 물건이다. 호스텔, 비행기 티켓은 대부분 앱을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요즘 여행자들에겐 현금보다 신용카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신용카드는 혹시 모를 분실에 대비해서 예비로 하나를 더 갖고 다녔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하나은행에서 하나viva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이 카드의 장점은 결제 수수료가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페인 BBVA은행에서 하나viva 체크카드로 현금 인출을 할 경우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권. 여행 다닐 땐 여권이 가장 중요하다. 여권이 없으면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다. 스마트폰도 신용카드도 무용지물이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여행 중 가장 중요한 물품 3가지를 소개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다. 이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소매치기 예방하는 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식당에서 스마트폰, 지갑은 절대 테이블 위에 올려두지 말 것.

여행지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식당 혹은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두는 것이다. 이것은 소매치기들에게 자신의 물건이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행지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스마트폰 혹은 지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다나 먹는 것에 정신팔려 있게 되면 여러분의 스마트폰은 소매치기의 선물이 될 것이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과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 카페에 가게 된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홈리스들이 밤에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맥도날드다. 

식당, 혹은 카페에 가게 되면 되도록이면 사람이 덜 지나다니는 코너 쪽에 자리잡는 것이 좋다. 그런 자리에 앉게 되면 안전하게 당신의 물건을 지킬 수 있다.
 
소매치기는 어느 곳이든 숨어서 당신을 지켜본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특히 우리 같은 동양인은 유럽에선 굉장히 튀는 외모이기 때문에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스페인에 가게 되면 한국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 잘 띈다. 


2. 공공장소에서 정신팔지 말 것

공공장소에선 절대 정신을 팔면 안된다. 정신이 팔린 사람은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바르셀로나에서 동행하던 친구가 지하철 역 벤치에 앉아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쁘고 젊은 여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나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여자는 씩 웃으며 저 멀리 걸어갔다. 

특히 관광지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조심해야 한다. 포즈 잡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여성 분들!! 사진 찍는다고 가방을 다른 곳에 잠시 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진 찍느라 시야에 잠시 다른 곳에 둔 가방을 영영 못 찾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를 가던지 정신 차려야 한다!!


3. 뒷주머니엔 아무 것도 두지 말 것.


뒷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는 것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우리 몸에서 엉덩이는 가장 둔감한 부위 중 하나다. 오죽하면 엉덩이의 다른 말을 둔부라고 할 정도니... 특히 스키니진을 입었을 때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으면 눈에 확 튄다. 

가우디 투어를 할 때 가이드가 재밌는 얘기를 해줬다. 관광객 중 한 분이 빽바지를 입은 채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이었다. 가이드는 그 분에게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으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니까 다른 곳에 넣어두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 관광객은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어야 패션이 된다고 우겼고 가이드는 그 분을 설득시키는 것을 포기했다. 결국 그날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그 분의 스마트폰은 도난당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지갑도 마찬가지다. 뒷주머니엔 아무것도 넣지 마시길...


4. 백팩과 캐리어엔 자물쇠를 채우고 다닐 것.

"가방은 앞으로 메고 다녀."
여행 가기 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런데 공항 말고는 백팩을 멜 일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백팩을 멜 만큼 물건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러 이후 공공장소에선 백팩을 멘 사람에 대해선 보안 검색을 강력하게 하기 때문에 관광지에선 가급적 백팩을 메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여행 중에 내 백팩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은 호스텔이었다. 호스텔에서 룸메이트들과 친해졌지만 그들을 100%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백팩에 자물쇠를 채웠다. 물론 여권, 현금, 노트북 같은 귀중품은 라커에 보관했다.

이른 시간에 비행기를 탈 경우 체크인 시간 이전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호스텔에 있는 짐 보관소에 캐리어와 백팩을 보관하고 호스텔 밖을 나가게 된다. 이런 경우도 도난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캐리어와 백팩에 자물쇠를 채워둔다면 호스텔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겨두더라도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5. 쌕(sack) 위에 점퍼를 입을 것.

파리와 바르셀로나에 있을 땐 항상 쌕(sack)을 메고 다녔다. 쌕 안에는 신용카드, 학생증, 현금 등을 넣고 다녔다. 점퍼 위에 쌕을 메고 다니면 다른 사람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쌕을 멘 후 그 위에 점퍼를 입었다. 그러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리고 쌀쌀한 4월에 여행을 갔기 때문에 점퍼를 입어도 덥거나 땀이 난 적은 거의 없었다.

아직 여름에 유럽 여행을 다녀본 적은 없다. 그래서 여름에는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명확한 답을 줄수는 없다. 다만 호주머니에 넣는 것보다는 쌕에 넣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지갑이나 카드를 넣고 그 위에 물 같은 무거운 것을 덮는다면 소매치기가 중요한 물품을 훔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쌕은 앞으로 멜 것!

겨울보다는 여름에 소매치기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6. 집시는 무조건 멀리할 것

다행히 내가 파리에 있을 땐 집시와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무리지어 다니는 이들과 마주친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 가면 누가 집시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누더기 옷을 입고 꾀죄죄하게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리에 가면 누가 집시인지 누가 파리지앵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본인에 맞게 매력적으로 옷을 입는 파리지앵과 꾀죄죄한 집시는 확연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집시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주요 관광지에서 설문조사를 한답시고 뒤에서 소매치기를 한다는 얘기, 말을 걸더니 시비를 걸거나 저주를 퍼붓는 얘기 등등... 여행할 때 집시와 마주쳐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집시가 보이면 무조건 피할 것!


7. 숙소는 치안이 안전한 곳으로 정할 것

싼게 비지떡이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1박 비용이 저렴할수록 치안이 나쁠 가능성이 높다. 여행을 떠나기 전 파리 숙소를 정하기 전에 파리에 4년째 살고 있는 친한 누나에게 물어봤다. 누나는 18~20구는 무조건 피하라고 했다. 18~20구가 파리에서 치안이 가장 안좋기 때문이다. 치안이 안 좋으면 밤에 소매치기 당할 위험이 크다. 심지어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15구에 위치한 3 ducks hostel에 갔다. (교통도 편리하고 좋았다. 걸어서 15분이면 에펠탑도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여행 다닐 때 숙소는 주로 중심가에 위치한 호스텔로 정했다. 그래서 여행 다니는 동안 밤에 혼자 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소매치기는 어딜 가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소매치기를 경계한다고 자신에게 용기내어 다가오는 친구들까지 경계한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좋은 사람들을 분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 안목을 갖춘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여행자들에겐 꼭 필요하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일은 없으시길!!
즐거운 여행 하세요 ^^

2016년 2월 28일 일요일

[KBO] 박해민이 주전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올 시즌을 앞두고 박해민은 변화를 시도했다. 타격폼을 수정한 것이다. 박해민이 타격폼을 수정하게 된 계기는 불리한 볼카운트를 잘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고 늘어난 삼진 수를 올시즌엔 줄이기 위한 변화였다. 얼마 전 박해민은 인터뷰를 통해서 본인 스스로 2S 이후에 유인구에 헛스윙을 하는 등 고전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기록상으로도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유리한 볼카운트와 불리한 볼카운트의 타율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리한 볼카운트를 맞이하는 횟수가 적지 않았고 삼진 갯수가 늘어나고 걸어나가는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때문에 타격폼 수정을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 2015 시즌 박해민 볼카운트(B-S) 별 타율 (출처 : KBO 자료실)

0-0 0.440 (40/91)
1-0 0.606 (20/33)
2-0 0.417 (5/12)

0-1 0.364 (12/33)
1-1 0.395 (17/43)
2-1 0.440 (11/25)
3-1 0.286 (2/7)

0-2 0.143 (6/42)
1-2 0.111 (9/81)
2-2 0.208 (22/106)
3-2 0.192 (10/52)

(사진 출처 : OSEN)


통상적으로 레그킥 동작은 타구의 파워를 실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레그킥을 하면서도 배트 중심(sweet spot)에 맞추는 타격을 한다면 장타를 만들어내는데 용이하다. 반면에 레그킥 동작은 변화구 대처에 약하고 컨택 능력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있다. 작년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강정호의 레그킥을 두고 우려했던 것도 타격의 정확도였다. 레그킥에 의한 파워를 포기하더라도 배트 중심에 맞추면서 배트 스피드를 증가시킨다면 오히려 타구의 질은 이전보다 향상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타격 폼 수정과 관련해서 박해민이 참고할 케이스가 있다. 바로 채태인이다. 채태인은 2013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타격폼 수정을 단행한다. 이전까지는 킥킹 동작을 통해 장타를 노리는 타격을 했지만,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컨택 위주의 타격을 위해 레그킥 동작을 빼버렸다. 당시 채태인에게 타격 관련 조언을 했던 강기웅 코치는 채태인이 레그킥 없이도 충분히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팅포인트를 좀 더 뒤에 두는 타격을 했다. 왜냐하면 채태인의 배트 스피드는 굉장히 빠른 편이었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2014년에 이효봉 위원과의 인터뷰에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니 유인구에 덜 속고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채태인은 그 해 타율 0.381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한다. 

이번 연습경기 박해민의 타격을 보면서 이전보다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한화 연습경기를 잠깐 봤다. 좌투수(김범수)를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박해민은 당겨쳐서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만들어냈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수정한 타격폼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진 출처 : 아시아경제)

불리한 볼카운트에 고전하긴 했지만 박해민은 스타 기질이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득점권, 경기 후반 등 중요한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극강의 타격 실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이지영에 가려져 있었지만 박해민도 이지영 못지 않게 초구를 사랑하는 타자였다. 사실 이지영보다 박해민의 초구 타격 횟수가 더 많았다. 그리고 초구 타율도 이지영보다 높다. 

이지영 : 361 타석 중 초구 타격 77회 (타율 : 0.403)
박해민 : 525 타석 중 초구 타격 91회 (타율 : 0.440)

박해민 본인은 올시즌 타석에서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구, 1볼, 2볼 타율이 좋았기 때문에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는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스포츠투데이)

삼성 경기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상황 중 하나는 무사 1루 박해민 타석에서 희생 번트를 대는 것이다. 특히 경기 후반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번트를 대서 주자를 2루로 보낸 다음 중심 타선이 해결하게끔 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해민의 상황별 기록을 보면 무사 1루에 번트를 대기엔 아까운 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자 1루 상황에서 박해민의 타율은 무려 0.410이다. 2사전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율은 0.388이다. 박해민이 주자 1루 상황에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루 주자가 상대 투수를 굉장히 피곤하게 했기 때문이다. 주자 1루에서 박해민이 타석에 설 때 1루 주자는 팀 내에서 박해민 다음으로 빠른 김상수, 구자욱이다. 상대 배터리는 타자 뿐만 아니라 1루 주자 김상수, 구자욱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무사 1루에서 번트 대신 적극적인 타격을 시도한다면 무사 13루 상황으로 이끌어 빅이닝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자 없을 때 구자욱의 타율이 0.358였기 때문에 2사 이후라도 구자욱이 살아나간다면 1~2점을 낼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류중일 감독이 이번 시즌은 어느 해보다 감독의 작전 개입이 많을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박해민이 번트만 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진 출처 : 스포티비)

박해민은 7회 이후 3점 이내 상황(CL & Late)에서 타율 0.319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타석에 56번 나와서 15안타, 8 볼넷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418이었다. 그리고 박해민의 8회 타율은 0.323이다. 7회 이후 3점 이내에 필승 계투조가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팀에게 박해민은 악마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비와 주루 능력에 가렸지만 클러치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득점권 타율은 0.294, 2사 득점권 타율은 0.292로 수치상으로는 높지 않지만 이 수치만으로 박해민을 평가절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득점권 타율이 상황별 중요도를 100%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별 중요도를 나타내는 LEV라는 수치가 있다. LEV가 높을수록 더 중요한 상황인데 박해민은 중요도가 높은 타석일수록 집중력을 더 발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Low LEV        0.256 (71/277)
Medium LEV 0.332 (61/184)
High LEV       0.344 (22/64)
High+ LEV     0.529 (9/17)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올 시즌을 앞두고 바뀐 타격폼이 박해민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을까? 지난 시즌 박해민의 고민이었던 출루율이 이번 시즌 향상될 수 있을지, 그리고 바뀐 타격폼이 박해민을  올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자.

자료 출처 : http://www.statiz.co.kr/ 

2016년 2월 23일 화요일

[KBO] 신인 투수 최충연에게 바라는 것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최충연, 2차 1라운드 김승현, 2차 2라운드 이케빈.

삼성은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 명의 걸출한 투수 유망주를 지명했다. 그 중에서 최충연은 팬들의 기대가 가장 큰 선수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선발진에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점은 삼성 라이온즈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올 시즌을 기준으로 국내 선발투수 중에 20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이번 시즌 새로 영입된 외국인 앨런 웹스터가 유일한 20대 투수이다. (1990년생)

그동안 1군 무대에 새로운 투수가 등장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이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에서 손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최근 5~6년간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이 1~2위였기 때문에 드래프트 지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넥센이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한현희와 조상우를 지명한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의 필승조 중 심창민이 유일한 20대 선수이다. 

그리고 2010년 시즌부터 2013년 시즌까지 1차 지명 제도가 없었다. 때문에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 경북지역 고교 선수를 지원할 의지는 꺾일 수 밖에 없었다. 신생팀 창단도 삼성의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주었다. 

그래서 고교 최대어 최충연을 지명한 것은 삼성에겐 가뭄에 단비였다. 예상치 못하게 지역 유망주인 김승현과 해외파 이케빈을 지명한 것도 횡재였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그러면 본격적으로 최충연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보겠다.
 
최충연의 강점은 신장이다. 최충연의 프로필 상의 키는 189cm다. 그리고 팔과 다리가 모두 길다. 팔 다리의 길이는 투수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팔 다리가 긴 투수는 릴리스 포인트를 더 길게 갖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릴리스 포인트는 상대 타자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게 한다.

릴리스 포인트가 왜 중요한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아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이겠다. 투수는 같은 구속의 패스트볼을 던지더라도  체감 구속이 빠르지 않다면 타자를 이길 수 없다. 결론은 체감 구속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체감 구속을 늘리기 위해서 투수는 투구 시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공의 비행 시간을 줄여야 한다. 즉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 쪽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투수가 릴리스 포인트를 늘리기 위해서는 투구 시 스트라이드(디딤발 위치)를 늘리거나 긴 팔을 가져야 한다. 그럴수록 공을 좀 더 앞에서 던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투구의 비행 시간이 줄어들어 체감 구속은 증가하게 된다. 

1cm의 릴리스 포인트 전진은 0.16km의 체감 구속 증가를 불러온다. 그러니 팔과 다리가 긴 최충연에게 앞으로 좋은 구위를 기대하는 것은 설레발은 아닌 셈이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최충연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투수 경력이 짧다는 것이다. 최충연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서야 투수로 경기에 출전했다. 투수 경력이 짧기 때문에 어깨와 팔꿈치 소모가 적은 편이다. 많은 투수들이 고교 시절 혹사를 당해 프로에서 제대로 꽃피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최충연은 부상에 대한 위험은 다른 신인들에 비하면 적은 셈이다.


많은 신인 투수들이 프로에 와서 정교하지 못한 제구력 때문에 고전한다. 거기에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피해가는 투구를 하게 만든다. 그런데 투수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수비수가 공을 가진 유일한 스포츠가 야구라는 사실이다. 투수는 축구에서 공격수가 위협적인 슛으로 골문을 노리듯이 타자에게 공격적으로 투구해야 한다. 야구에서 실제로 공격하는 선수는 투수인 것이다. 아직 최충연에게 정교한 제구력까지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이다. 다만 타자가 누구던지 간에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위협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최충연이 경기에서 공격적인 투구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조만간 본인의 공이 통한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충연이 본받아야 할 팀 선배가 한 명 있다. 바로 정인욱이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정인욱은 2011년 5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대호에게 3연타석 홈런을 내줬다. 첫 번째 홈런을 맞고 다음 타석에서 주자 없이 이대호와 대결할 때는 승부를 피해갈 법도 했지만 정면 대결을 했고 2구째 슬라이더(126km)를 던지다가 솔로 홈런을 맞았다. 다음 이대호와의 대결에서도 주자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피할 수도 있었지만 또 한 번 정면 승부를 걸다가 솔로 홈런을 또 내주게 되었다. 비록 실투에 의해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정인욱은 이날 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정인욱의 그 다음 선발 등판 상대도 롯데였다. 정인욱은 2011년 6월 8일 대구구장에서 이대호를 만나기 전 당시 삼성의 허삼영 전력분석원에게 몸쪽으로 승부를 걸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이대호와의 첫 대결에서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국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투수가 경기를 하다보면 실투를 던질 수도 있고 홈런을 맞을 때도 있다. 야구 해설자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고 해도 그 공이 모두 안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흔히 말한다. 본인의 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감 있게 던지면 그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간다고 해도 삼진이나 범타로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OSEN)

최충연 같은 신인에게 베테랑 투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바라는 코칭 스태프와 팬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최충연에게 바라는 것은 신인다운 패기 있는 투구 내용이다. 자신감 없이 피해가는 승부를 하다가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구를 하다가 안타를 맞는 것이 투수 본인이 느끼고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올 시즌 당장 류현진처럼 잘 던져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필자가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다. 상대 타자가 누구건 간에 마운드 위에서 용감하게 공을 뿌리는 신인 투수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최충연이 그런 투수가 되었으면 한다.